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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씨 잡는 드론·연기 감지 카메라로 산불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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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씨 잡는 드론·연기 감지 카메라로 산불 잡는다
[호주 농업 혁신 현장을 찾아] 자연재해에 맞서는 첨단기술(상)
극심한 가뭄·자연발화 '검은여름'
인·물적 피해에 생태계도 큰 상처
2019년 화재로 코알라 71% 잃어
미리 덤불 태우는 전통 다시 주목
식물 활력·토양유지·먹이제공까지
원주민 지혜 첨단기술로 되살려
위험지역 정밀하게 태워서 관리
연기 감지 등 10분 내 진압
호주는 농업강국이다. 농업 생산량의 70%를 수출하고 있으며, 식량자급률도 150%에서 최대 320%에 이른다. 오랜 세월 핵심산업으로 지탱해 온 광산업이 2000년대 후반 하향세에 들어서자, 호주 정부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한 것이 농업 분야다. 극심한 기후변화의 위기 속에서도 첨단기술을 접목한 '애그리테크(Agri-Tech)'를 바탕으로 농업혁신의 선두에서 '넷제로(Net-Zero, 탄소중립)'를 향한 대전환에 한창이다. 세계적인 R&D 시스템으로 농업을 넘어 수산업, 임업, 식품가공까지 신기술의 스펙트럼을 넓혀가며 지속가능한 미래를 설계하는 호주의 사례들을 살펴본다.
호주의 여름(12~2월)은 잔혹하다. 해마다 고온에 강풍이 겹치며 대형 산불로 피해를 입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 9월 시작돼 이듬해 2월까지 6개월간 호주 전역을 불바다로 만든 '검은 여름'(Black Summer)도 반복되는 비극이었다.
당시 1천860만㏊를 집어삼킨 화마로 33명이 사망하고 10만명이 피난길에 올랐으며 건물 5천900여채가 불에 탔다. 2천㎞나 떨어진 바다 건너 뉴질랜드까지 미세먼지로 뒤덮일 정도였다.
2009년 '검은 토요일 화재'에서는 거대한 '화염 토네이도'가 등장해 차보다 빠른 속도로 번지며 대피하던 사람들이 차 안에서 숨지는 비극도 벌어졌다.
호주의 대형 산불은 자연 생태계에도 깊은 상처를 남긴다. '검은 여름' 당시 30억 마리의 야생동물이 피해를 입었으며, 뉴사우스웨일스(NSW) 북부 해안 일부 지역에서는 전체 코알라 개체군의 71%가 사라졌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지난해에는 빅토리아주에서 발생한 산불로 코알라 700마리를 '안락사'시키며 세계적으로 논란이 일기도 했다.
걷잡을 수 없이 발생하는 호주 산불은 극심한 가뭄과 자연발화가 원인으로 꼽힌다. 여름이면 40℃를 웃도는 극한의 더위에 호주 전역이 건조해지는 데다 인화성 물질을 함유한 유칼립투스 나무가 고루 분포한 것으로 위험요인이 되고 있다. 여기에 지구온난화도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실제 100년 사이 호주의 평균 온도는 1.4℃ 상승했으며, 엘니뇨(동태평양 해수온 상승)와 인도양 쌍극자(IOD, 인도양 동·서부의 온도가 변하는 현상)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며 화재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인디시움 다이내믹스 '연기감지카메라'◆작은 불로, 큰불 막는 원주민들
지구상에서 가장 건조한 지역 중 하나인 호주를 터전으로 살아온 원주민들에게는 특별한 전통이 있다. 일명 '문화적 소각'(Cultural Burning) 또는 '통제된 소각'(Controlled Burning)이라 불리는 독특한 토지 관리 방식으로 작은 불을 미리 피워, 큰불을 막는 그들만의 지혜가 담겨 있다. 무려 6만여년 이상 역사를 지닌 이 관리방식은 산불의 강도와 빈도를 줄이고, 생태계를 지키는 토대가 됐다.
산불 발생이 빈번해지는 건기(가을)가 시작되면 호주 원주민들은 숲속 곳곳의 바싹 마른 덤불들을 찾아 불을 지핀다. 작은 규모의 불을 주기적으로 지펴서 가연성 물질을 제거하는 것으로, 건조한 호주에서 살아가며 체득한 생존방식이다.
봄이면 논두렁이나 밭두렁에 불을 피워 병해충을 방지했던 우리네 농경문화와도 닮아 있다.
하지만 18세기 유럽인들이 이곳에 정착하면서 원주민들의 전통과 지혜는 더 이상 활용되지 못했다. 불을 두려워한 유럽인들이 원주민들의 방식을 금지시켰고, 장기간 관리되지 못한 숲에서는 산불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오랫동안 외면받던 원주민들의 전통에 호주 정부가 눈을 돌린 것은 최근 극심해진 이상기후로 산불 발생 빈도는 물론 피해 규모까지 막대해지면서다. 그들의 불태우기 전통을 배우고 활용하는 것이 산불관리에 효과적이라는 것을 뒤늦게 실감한 셈이다.
'문화적 소각'은 건조한 덤불이 주 대상으로, 그곳에 서식하는 동식물의 종류와 상태를 고려해 이뤄진다. 이슬이 축축하고 바람이 온화해 불을 식히는 데 도움이 되는 밤이나 새벽에 주로 이뤄져 '쿨 번닝(Cool Burning)'이라 불리기도 한다.
성냥이나 막대기를 사용해 불을 피운 후 연소될 때까지 지켜본다. 주변으로 불이 번지지 않도록 관리하기 때문에 나무들이 상처 하나 입지 않는다는 것이 핵심이다. 또 야생동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미리 이동을 돕는다. 과거 원주민들은 숲속을 이동하며 1년이면 수백번 불을 피웠다고 한다.
덤불을 태우는 것은 단순히 산불만 예방하는 것이 아니다. 그곳에 서식하는 식물에 활력을 불어넣고 토착 동물 서식지를 보호하는 생태적 가치도 뛰어나다. 땅속에 있던 씨앗들이 싹을 틔울 수 있도록 유도해 토양을 유지하고 동물들에게 먹이를 제공하기도 한다. 타고 남은 잿더미는 그곳을 뒹구는 호주 토종 동물 왈라비나 새에게는 천연 의약품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문화적 소각'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뉴사우스웨일즈와 태즈메이니아 주정부를 비롯해 부시 헤리티지 오스트레일리아(Bush Heritage Australia) 같은 동식물 보호단체 등 다양한 곳에서 산불 복구 워크숍을 운영하며 원주민의 지혜를 확산시키는데 애를 쓰고 있다.
인디시움 다이내믹스 '토양수분센서'◆드론 공중 소각으로 산불예방 'TDS'
되살아난 호주 원주민들의 지혜를 첨단기술로 구현해 재해를 막는 스타트업이 주목받고 있다. 호주 태즈메이니아 섬 토종 기업 '태즈드론솔루션'(TasDroneSolution·TDS)이다.
젊은 공학자들이 의기투합해 2017년 설립한 TDS는 드론과 로봇공학을 결합한 '드로보틱스' 서비스를 통해 화재관리를 하는 기업이다. 주 고객은 정부 임업 부서나 광산·산림 사유지 관리자 등으로 호주는 물론 세계 어디든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한다.
화재 관리와 관련한 대표적인 제품은 세계 최초로 드립토치 화재 관리 기술을 적용한 드론 '바가르'(Vhagar)다.
산불이 발생하기 쉬운 취약한 지역을 타깃으로 열화상카메라를 통해 사전에 지형과 식물을 파악한 후 핫스폿(HotSpot·열점)을 만들어 방화선을 따라 소각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연료를 채운 용기를 탑재한 후 원격으로 산불 관리가 필요한 곳에 드론을 띄운다. 그곳에서 핫스폿을 만들어 연료를 떨어뜨린 후 토치 방식으로 태워 인화물질을 연소시키는 방식이다.
소각을 위해 사용하는 점화 연료는 네이팜이며, 최대 20ℓ(25㎏) 주입한 상태에서 30분 비행이 가능하다. 산불 통제에 드론을 활용하면 헬리콥터에 비해 5~10배의 비용절감 효과가 있고 열화상 카메라를 통한 스캐닝으로 멸종위기 동물도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 TDS의 설명이다. 특히 소방관이나 헬기 등이 모두 접근할 수 없는 고위험 지역의 산불 예방이나 방제에 효과적인 제품이다.
호주는 지난 2020년 수도 캔버라 인근 산불 진압에 투입된 헬리콥터가 추락해 소방관 3명이 비극적으로 사망한 후 산불 진압을 위한 유인 항공기 의존도를 줄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대니얼 시뇨릴 TDS 비즈니스 개발 관리자는 "'바가르'는 언덕이나 산맥 등 접근이 까다로운 산악지형이 많은 한국에서 유용할 것"이라며 "최대 탑재량 25㎏, 최대 이륙 중량은 60㎏으로 원격운용으로 산불발생지역에도 안전성을 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TDS는 기존 산불 통제에 이어 방제기능을 갖춘 드론 개발에 나섰다. 최대 300ℓ까지 탑재할 수 있는 드론을 개발해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24시간 화재를 탐지해 즉각 진압할 수 있는 제품 개발이 목표다. 이와 관련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방문해 기술협력 및 투자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또 드론의 경우 중국의 부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어,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100% '호주산' 드론을 제작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보고 있다.
'한-호주 언론교류프로그램'에 참가한 기자단이 지난 6월14일 호주 태즈메이니아 주정부 청사에서 태즈드론솔루션 대니얼 시뇨릴 비즈니스 개발 관리자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연기 감지 AI카메라로 화재 감시
호주 태즈메이니아 스타트업 '인디시엄 다이내믹스'(Indycium Dynamics)도 흥미로운 화재방지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 업체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기반으로 위성 정보·카메라·드론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산불 위험을 모니터링하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산림을 감시하는 AI기반의 카메라가 연기를 탐지하는 즉시 드론을 출동시키면, 현장으로 날아간 드론은 산불 발생 여부를 확인하고, 확인 즉시 소방 당국에 경보를 보낸다. 이 시스템을 통해 지난 여름에만 500여건의 산불 등 화재 우려 상황을 조기 감지해 대형 재난을 막는데 기여했다.
당초 댐 같은 수자원 관리를 목적으로 출발한 이 곳은 스마트기기를 통한 정밀기술을 개발해 전 세계에 보급하고 있다. 센서와 카메라를 설치해 실시간 데이터를 수집하고 AI로 분석해 전달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신기술을 재난 분야로 확대해 산불 관리에 뛰어든 것이다.
24시간 360도로 회전하며 영상을 수집하는 '연기 감지 카메라'(Smoke Detection Camera)는 AI기반 영상 분석 알고리즘으로 구성된 조기 탐지 카메라다. 연기나 냄새를 감지하면 과거 산불 사례에서 수집된 영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연기 특유의 색상, 움직임, 흐림 패턴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전송한다. 주변 온도나 탄소 입자 탐지는 물론 기기의 소모량과 사용 패턴도 알려준다. 태양광으로 가동되는 친환경 제품으로 에너지 사용량도 원격통제 할 수 있어 불필요한 소모를 줄인다. 어떠한 지형에도 설치할 수 있으며 내구성이 뛰어나 혹독한 악천후에도 안정적인 작동이 가능하다. 카메라 1대당 반경 최대 20㎞까지 관리가 가능하다.
'자동수분감지센서'(Automated Fuel Moisture Sensors)도 화재방지를 위한 설비로 활용되고 있다. 땅에 센서가 달린 막대를 꽂아 설치한 후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방식으로 토양은 물론 땅을 덮고 있는 나뭇잎이나 풀의 온도·습도를 감지해 분석한 뒤 산불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사전에 식별한다. 이 회사는 미국 LA 등 11개국에 산불 감지 시스템을 수출했으며 한화그룹과도 접촉 중이다.
롭 버논 최고경영책임자(CEO)는 "TDS 등 AI를 기반으로 한 4개의 스타트업이 협업해 산불 관리를 위한 '파이어 포사이트'(Fire Foresight)를 만들었다"며 "위성과 카메라, 드론을 연결하는 다층 감시체계로 10분 이내 화재를 진압하기 위한 시스템을 가동중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엇보다 거대한 산불로 인한 고통과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하는 사회적 책무를 실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호주 태즈메이니아=이윤주기자 storyboard@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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